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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ovie)

[영화리뷰] One Hour Photo -그는 모두 가지고 있었으면서 모두 버렸어요

 

 

좋은 영화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기준은 영화가 굳이 표면적으로 주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저 너머에 있는 추상적 관념을 의식, 무의식 속에서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이 영화를 평가해보면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 '좋은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했듯이 나역시 한국어로 번역 된 '스토커'라는 제목에 불만이 많다. 영화 이면의 심오한 주제와 주인공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투혼은 무시한 채 왠지 할리우드 영화의 반전이나 자극적인 잔인성을 암시하는듯한 '스토커'라는 제목을 갖다붙이다니... 자칫하면  영화를 잘못된 편견으로 지레 짐작하게하여  진정한 가치를 들여다볼 수 없게하는 치명적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논하려 하는 것은 싸이가 품었던 행복한 가정의 이상향이다. 그는 영화에서도 스스로 밝혔듯이 사진을 찍는 행위를 단순히 행복한 현재를 남기는 것뿐만아니라 그 순간 행복의 절정에 대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즉 그는 사진 속의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자신의  외로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완벽한 이상향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는 외로울수록 행복한 가정을 갈구하고 꿈꾼다. 이는 싸이가 수년동안 욜킨네 가족의 사진을  집에 전시하고, 자신이  그 가족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상상하는 행위로 대표된다. 

 

 

그는 사진을 현상할 때, 조금의 색 차이도 용납할 수 없는  '완벽함'을 보였고, 그 사진속 가족의 행복함도 완벽할 것이라 굳게 믿었지만 현실은 그와같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한다. 처음 그는 욜킨부인이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면 이를 응징하기위한 부인의 반박이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고의로 사진을 바꿔치기하지만, 남편의 부정한 행동에 부인의 정당한 응징이 없자, 그는 분노한다. 

 

이렇게 그는 꿈꾸던 이상향이 현실과 충돌하며 무너져 내리자, 이에 반하는 인물들을 사진의 속성을 이용하여 응징하기 시작한다. 그에게는 이상향 그 자체였던 사진의 가치를 무시하고, 그저 필름값이나 계산하고 비디오로 싸이의 근무태도를 감시하는 그의 상사의 딸사진을 찍어 위협하고, 욜킨의 불륜현장을 치밀하게 습격해 그의 불륜녀와의 사진을 찍음으로써 치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 사회에서 스토커라함은 범죄자의 한 유형으로서 단순히 정신이상자로 치부해버리지만, 싸이의 한가족에 대한 집착과 분노 어린 광기의 행동이 형사와의 차분한 대화속에서 해석됨으로써 우리는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갈구가 얼마나 절실했으며, 외로움 속에서 꿈꾼 이상향과 불일치하는 현실을 처단하려 한 몸부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제도 속에서의 범죄자는 비록 싸이 일지도 모르나, 아마 그가 마음에 품었던 순수한 행복에 대한 동경을 이해한다면 그가 저지른 극단적인 행동은 오히려 부정한 현실을 저지르고, 덮어버리려 한 욜킨 부부를바로잡으려 한 대담하고도 용감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속성을 이용한 섬뜩한 위협과 그 이면에 숨겨진 행복에 대한 순수한 열망.

이것이 바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역설의 묘미이다.

 

 

 

I'm sure my customers never think about it
but these snapshots are their little stands against the flow of time.
사람들은 생각 안 해 봤겠지만, 사진을 찍는 건 시간의 흐름을 막는 거예요

The shutter is clicked, the flash goes off and they've stopped time, 
if just for the blink of an eye.
셔터가 눌러지고, 플래시가 터지면 시간이 멈추죠
눈 깜짝할 사이긴 해도요

And if these pictures have anything important to say to future generations, it's this...
사진이 미래 세대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이런 걸 겁니다...

"I was here.
"나는 여기 있었고 I
existed.
존재했으며

I was young. I was happy.
젊었고, 행복했다.


and someone cared enough about me in this world to take my picture."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내 사진을 찍을 만큼 날 위해주는 사람이 있었다"